킴벌리와의 결혼 생활이 어느듯 7년을 넘겼다.
너무도 착한 킴벌리와의 결혼 생황에 나는 전혀 불만이 없고 이제는 눈빛만 보아도 서로 소통이 되는 터라 서로 싸울 일은 전혀 없다.
나는 1949년생이고 킴벌리는 나보다 16년 아래인 1965년 생이다.
이런 나이 차이가 우리의 결혼 생활에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비교적 성적인 리비도가 강한 나는 지금도 주 1~2회의 사랑을 나누고 킴벌리 또한 "남편의 말에 복종하라"는 가정 교육의 결과로 절대적으로 복종하는 스타일이라 "Can we make a fun?" 하는 내 제안에 피곤하거나 내키지 않을 경우에도 절대로 "No" 하는 경우는 없고 "Shall we do it tomorrow after my shower?" 하는 식으로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 보통이다.
이 경우 나는 'OK, I booked it tomorrow" 하고 예약을 확인한다고 농담을 하기도 한다.
우리가 결혼(둘 다 재혼)을 결정할 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고마운 마음 뿐이다.
60대 후반의 빈털털이인 홀아비에게 어떤 한국 여자가 결혼을 제안할 수 있을까?
이런 고마운 점에서 나는 모든 것을 킴벌리에게 양보한다.
집안 청소도, 빨래도, 식사 준비도, 설거지도 모두 내가 한다.
나는 이제 집에서 밥을 짓지 않는다. 밥을 먹고 싶으면 즉석밥을 전자레인지에서 2분만 데우면 OK, 김치는 수퍼에서 사면되고 국은 외항선원(기관장)으로 일본에 다니던 동생이 준 일본식 즉석국(끓는 물에 가루를 넣기만 하면 된다) 이면 된다.
캄벌리는 아침에 씨리얼과 아몬드 밀크를 먹고 나는 토스트 2쪽에 슬라이스드 햄과 슬라이스드 치즈에 믹스 커피 한잔으로 해결한다.
때때로 내가 전화로 주문하고 자전거를 타고 가서 가져오는 19,000원 짜리 치즈 피자 한판을 사면 1/8쪽이 우리의 한 끼 식사가 된다.
우리는 잘 먹을려고 아등바등하지 않는다.
열심히 사랑을 하고 절제하여 먹는 것이 도움이 되었는지 킴벌리는 결혼 당시 120kg이 넘던 몸무게가 지금은 105kg 밖에 안된다.
나는 체육관에 열심히 나간다. 체육관의 회원 등록비가 일년 단위일 경우 약 33만원 정도라 대충 잡아서 하루에 1천원 꼴인 데 그리 큰 돈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1년치를 선불 하였기에 심적인 부담을 내가 스스로 지운 것이라 빠지지 않고 나가게 되는 것이다.
체육관에 가면 빠르게(시속 5.5km) 걷기를 약 20분 한 뒤, 턱걸이는 7개까지 할 수 있고 기타, 들기, 당기기 등의 근력 운동을 총 40분 정도 하고 샤워한 뒤에 귀가하는 것이 일상이다.
몇 명의 나를 잘 아는 인테리어 업자 분들이 있는 데 일이 있으면 전화가 와서 전공으로 일을 하면 하루 일당으로 25만원을 받는다.
요즘은 한국의 경기가 바닥이라 한 달에 3~4일 밖에 일을 하지 못할 때도 많은 데 그렇다고 굶을 정도는 아니다.
킴벌리는 무릎이 좋지 않지만 그냥 놀지는 않는다. 금요일에는 유아원에 나가 강의를 하고 수요일에는 집으로 오는 초등학교 3년짜리 여아가 있어 킴벌리가 좋아하는 백다방에서 커피를 마시는 용돈 정도는 스스로 번다.
우리 부부가 의논하여 결정한 것은 가능한 킴벌리가 먼저 이 세상을 뜨고 내가 나중에 가는 것이다. 혹시 내가 먼저 갈 경우에 대비하여 자필 유언장을 이미 만들어 킴벌리에게 주었다.
내용은 내가 가졌던 모든 재산(얼마 되지 않지만)은 킴벌리에게 모두 준다는 것이다.
내가 먼저 죽으면 킴벌리에게 말하기를 최근에 입양한 방글라데쉬 양자 내외와 같이 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