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지금의 미국인 마누라,
Kimberly를 Craigerslist.com 이라는 사이트에서 만났다. 이 사이트는 미국의 플로리다주에서 살던 동생이 알려주어서 알게 된 것 인 데 한국사람들에게는 생소한 사이트
지만 미국에서는 꽤나 잘 알려진 사이트로서 예전에는 미국의 garage sale 광고를 하는 우리의
벼룩 신문 같은 무료 잡지 였는 데 online 판으로 재 탄생한 것이다.
지금은 없어졌지만 “W4M” 라는 Section이 있어 여기에 여자들이 남자를 찾는 광고가 있었다. 어느
날 “왜 나이든 사람은 없냐? 반백도 좋고 완전 백발도 좋으니
나이든 사람이라면 연락해라” 라는 광고를 보고 아마도 2017년 7월 초에 그녀를 만나 전격적으로 합방->혼인 신고->결혼식에 이르는 과정을 거치게 되었다.
전 마누라와 1년
여의 법정 다툼을 거쳐 2015년 이혼이 확정된 후 살던 아파트를 팔아서 위자료 주고 남은 돈으로 이수역
부근, 방배4동 빌라 건물에 전세로 약 2년을 살았다.
2년의 전세 계약이
끝나기도 전에 예상치 못한 그녀의 청혼을 받아 마누라의 주거지 인근의 성내2동에 있는 구옥의 2층(정확히 말하자면 2층반, 반지하 위가 1층 다음이 2층
이라고 한다)전세집을 얻어 2017년 9월말에 이사를 하였다.
지금은 말하자면 재혼 후 1년
남짓한 ‘신혼’ 상태이다.
재혼한 마누라는 현재 나이
53세(1965년생)로 나와는 약 16년 나이차가 있다. 미국 Kentucky 주 출신으로 전직
한국의 영어 유치원의 교사였다. 대부분의 20~30대의 유치원
교사와는 달리 나이가 많은 편이라 젊은 교사들과 제대로 어울리지도 못하는 것 같고 미국에서 정식 교사 경력까지 있는 그녀의 능력을 존경하지도 않는
것 같아 지난 2월 말에 만료된 계약을 연장하지 않아 지금은 종전에 맡아 하던 Science Class (그녀는 과학 교사였기 때문에 다른 사람으로 대치할 수 없었다) 만 일주일에 2 시간씩 강의하는 말하자면 ‘시간 강사’ 신분이 되었다. 따라서
비자는 작년 8월의 혼인 신고 후 ‘내국인의 배우자’ 자격으로 F6 비자를 획득하여 지난달에 비자 연장(1년)을 하였다.
새 마누라와는 16년의
차이가 나는 데 이를 두고 나는 “You upcycled me.” 라고 말한다. 나는 부모님으로부터 물러 받은 건강 체질(인근의 체육관에 등록하여
일주일에 적어도 2~3회 1시간 정도 운동도 한다)이라 70세를 앞둔 지금도 새벽이면 아랫도리가 뻐근해 오고 발기보조제
없이도 마누라를 즐겁게 해 줄 수 있으니 이 또한 행복이 아닌지….
미국인 마누라의 크다란 장점은 사치를 모르고 검소하며 내숭이
없다는 것이다.
내 앞에서도 개의치 않고 옷을 홀랑 벗기도 하고 소변을 볼 때도
화장실 문이 열려 있어도 문제 없으며 성적인 대화도 거리낌 없이 솔직하게 한다. 몇백만원을 홋가하는 명품
핸드백도 필요없고 별다른 화장도 않고 다이소에서 산 무스로 머리를 치장하는 것이 유일한 화장이며 샴푸도 다이소에서 산다. 내가 중고 시장에서 8천원에 사다준 X가 4개쯤 붙은 칫수의 겨울 잠바도 엄청 싸게 샀다고 좋아하며 입고 다니며 길가에서 줏어 온 물건도 마다하지 않는다.
그래서 우리 집에는 줏어 온 물건, 내가 말하는 Street Gift도 많다. 옛날에 쓰던 TV장이 근처의 신축 빌라 주차장 한 켠에 있던 것을
내가 발견하고는 마누라를 데리고 가서 너 가질 것이냐고 물었더니 훌륭하다고, 가져가자고 하여 둘이서
낑낑대고 들고 와서 지금은 사무실로 활용하는 방에 들여놓고 TV를 두던 위 쪽에 선반을 하나 달아서 지금은 아주 멋있는 서류 캐비닛이 되었다. 진한 밤색으로 문짝에는 문양이 양각되어 있는 골동품 수준은 아니지만 그런대로 쓸만한 낮은 거실 장은 바로 대문
앞에 버려져 있던 것인 데 마찬가지로 마누라에게 원하는 지를 물었더니 좋다고 하여 가져왔다. 위쪽의
락카 칠이 조금 상하여 내가 센드페이퍼로 곱게 깎아내고 표면에 콩기름을 발라서 지금은 거실 TV 옆에
두었다.
TV을 올려 놓고, 안에는 셋톱 박스와 DVD, CD 등을 넣어둔 자그마한 선반 장
또한 내가 천호역 8번 출구 부근의 커피점 개수 공사할 때 버린 폐자재인 합판 4쪽을 주어와서 (상판은 따로 줏어와서 색갈이 다르다) 나사못을 박아서 만든 것 인 데 손님이 올 때마다 남편이 주어와서 손수 만든 것이라고 자랑을 한다.
또 있다. 지금 TV 앞에 놓인 Tea Table은 지금 살고 있는 건물과 비슷한
시기에 지어진 옆집을 헐고 다세대 주택을 신축하기 전에 설던 사람이 이사할 때 버리고 간 것인 데 허약한 접이식 다리가 달려 있었다. 대형 책상 또는 식탁으로 사용하던 집성 목 원목 판재(1700x650x20mm)와
다리(?)로 사용하던 집성 목 각재(70x70x1600mm) 4개가 폐기물 수집 트럭에 실려 있는 것을 발견하고 얻어와서 만든 침대 확장용 평상을 기존의 침대(1350x1800mm)에 덧 붙여 침대를 폭 2미터 짜리로 개조를 하였는데
이때 남은 각재를 다리로 붙여 지금은 쇼파 앞에 둔 훌륭한 원목 Tea Table이 되었다.
마누라가 엄청 거구(키 170cm 체중 120kg)라 있던 앞서 말한 평상으로 침대를 확장한
뒤에 이마트에서 구입한 1 미터 폭에 길이 2 미터짜리 이태리
제 스폰지 매트리스를 2장 이어 붙여 침대에 깔아 “한국
침대는 덜 폭신하다”는 그녀의 불평을 해소하였다. 나는 잠자리에서도
그리 뒤척이지 않고 딱딱한 것이 좋아 딱딱한 창문 쪽 집성 목 판재로 만든 확장 부분만이 내 자리이고 문 쪽 침대 매트레스가 있는 푹신한 모든 부분은
그녀의 차지가 되었다.
처음 이 집의 전세 계약을 하고 그녀에게 새로운 집을 계약했다고
했더니 한번 보자고 하여 그녀의 퇴근 시간에 맞추어 내가 유치원에 가서 그녀를 데리고 이 집을 둘러 보게 한 적이 있다.
집안에 들어 갔더니 할머니 두사람이 거실 바닥에 앉아서 TV를 보고 있고 욕실에는 세탁기가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이에
실망한 그녀는 나에게 미리 보여 주지도 않고 계약을 하였다고 울기까지 하였다. 나는 “내가 알아서 다 해결할 텐데 걱정을 하지 마라”고 하면서 그녀를 달래었다.
이삿짐을 들여놓고 재확인을 하니 인부들이 역시 세탁기를 욕실에
들여 놓았다. 뒷 베란다로 옮겨 달라고 부탁을 한 뒤에 나중에 확인해 보니 이런! 역시나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세탁기의 급수는 가스보일러 급수 라인에
달려있는 수도꼭지에 연결하여 해결하였는데 뒷 베란다에 하수구로 연결된 하수관이 없었다. 조금 먼 쪽에
구멍이 하나 있긴 하는 데 이 구멍은 베란다의 물을 빼기 위한 것으로 창문 넘어 배수관도 없는 그냥 뻥 뚫려있는 구멍이라 아래 벽면을 타고 아래층의 베란다 지붕을 지나는
수로일 뿐이었다.
결국은 내 창의성(?)이
발휘되어 욕실의 세면대가 있는 벽돌로 쌓은 벽면에 햄머 드릴로 22mm짜리 구멍을 뚫어 드럼 세탁기의
배수관을 뒷 베란다에서 욕실로 집어넣고 세면대 배수구에 다른 파이프를 덧대어 세면대 및 세탁기 배수 겸용으로 개조에 성공하였다.
구옥에 살다 보니 나 같은 Handyman의
창의성을 발휘하여야 할 일이 많다.